1. 《퍼펙트 데이즈》 줄거리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3)》는 도쿄에서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남성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다.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새벽에 일어나 면도하고,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가며, 공공화장실을 정성껏 청소한 후 사진을 찍는다. 일을 마치면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작은 식당에서 식사한 후 헌책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그의 단순한 삶은 음악과 책을 통해 풍요로워 보인다. 그는 카세트 테이프에서 루 리드, 오티스 레딩 등의 올드 팝을 듣고, 서점에서 헌책을 사고, 길가의 나무를 바라보며 자연을 감상한다. 영화는 대화가 많지 않고, 그의 행동과 표정을 통해 내면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카가 그의 집을 방문하면서 그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히라야마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한때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삶에서도 평온을 찾는다. 영화는 그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행복이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순간에서 온다는 것을 전한다. 또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그는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며, 조용히 자신의 삶을 지켜나간다.
2. 관전 포인트
1) 미니멀리즘과 행복
히라야마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불필요한 소비와 욕망을 배제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이를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지만, 자신의 리듬과 취향에 따라 사는 삶 속에서 만족을 느낀다.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과 대비되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만족과 평온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2) 반복 속에서 발견하는 차이
영화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미세한 변화들이 존재한다. 같은 길을 걸어도 날씨와 주변 풍경이 다르고, 그의 표정과 감정도 조금씩 변한다. 이는 삶이 단조로워 보여도, 매 순간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하지만, 그 안에서 히라야마가 발견하는 작은 변화들은 그가 인생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음악과 자연의 활용
히라야마는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올드 팝을 즐긴다. 루 리드의 "Perfect Day", 오티스 레딩의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등의 곡들은 그의 감정을 대변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그가 바라보는 나무와 하늘, 빛과 그림자는 자연 속에서 얻는 위로와 평온을 강조한다. 음악과 자연은 그에게 단조로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며, 관객에게도 소소한 순간을 즐기는 법을 생각하게 만든다.
4) 히라야마의 과거 – 암시되는 이야기
영화는 히라야마의 과거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카와의 만남,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그가 한때 사회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는 왜 지금 이 삶을 선택했을까? 이는 관객이 스스로 해석해야 할 부분이다. 그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으며, 현재의 삶에 집중한다. 이는 과거의 영광이나 후회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에 만족하는 삶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3. 총평
《퍼펙트 데이즈》는 거창한 서사 없이, 일상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포착한 영화다. 히라야마는 반복적인 하루를 살지만, 그의 삶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영화는 행복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대사가 거의 없이도 감정을 전달하며, 그의 미묘한 표정 변화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그의 내면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는 힘을 보여준다. 또한, 감독이 보여주는 도쿄의 공공화장실과 거리 풍경은 현대 도시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는 미니멀리즘적인 삶을 조명하며,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일깨운다. 히라야마는 큰 야망 없이도 자신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며, ‘완벽한 하루(Perfect Days)’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히라야마가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미소 짓는 장면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그의 표정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만, 이는 단순한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완벽한 순간을 찾았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미니멀리즘적인 삶, 반복 속의 변화, 그리고 작은 것에서 찾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시끄럽고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는 다르게, 침묵과 반복 속에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일상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